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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4. 00:57斷想





아빠가 힘들어한다. 평소라면 구두 발걸음의 특유한 간격의 소리, 또는 기침 소리나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로 그의 존재를 실감하지만, 오늘은 알코올 향이 그것을 대신했다. 잠시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나를 안았고, 난 어색하게 두 팔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비슷한 어깨 사이즈를 지닌 두 남자의 포옹은 뭔가 어색하다. 어렸을 때 내 두 팔을 벌려도 그의 가슴의 반정도에 밖에 미치지 못할 때의 포옹은 그렇지는 않지만. 두 손으로 등을 토닥토닥하였고, 순간적으로 이 어정쩡한 포옹이 그에게 얼마나 힘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난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런 걸 잘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는 난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난 내가 힘들어도 내색않고 혼자 해결하는 타입이어서 주변사람들의 여러가지 대응 중 적당한 것들을 골라낼 기회를 얻지 못한것 같다.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아들, 좋은 친구는 못 될 것 같다.



무척이나 슬픈 얼굴이다. 울상이다. 눈물방울을 보았다. 내 가슴이 조여온다. 답답하다. 멋진 우리말로 '미어진다.'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미지근한 물을 한잔 떠 드렸다. 



'아빠'인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삶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생각을 한다. 전날 몇시에 잠이 들었던 가에 관계없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된 습관에 대해 생각을 한다.  나도 '아빠'인 사람들이 되게 될까.



오래 전과 먼 훗날에 대해 생각한다. 참으로 삼삼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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