像
난 호수가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순간 바람이 불어와 물결이 일었고, 그 물결속에 네 얼굴이 비췄어. 풍덩하고 돌이 떨어졌고, 난 그 소리와 튀는 물결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어. 아무도 없이, 넓은 호숫가에는 나 뿐이었어. 더이상 바람도 불지 않았어. 물결도 일지 않았어. 왼 손에 묻어 있는 흙을 털기 위해 호수를 휘저었어. 호수는 이내 잠잠해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왼 손에 묻어 있던 흙에 대해 생각했어. 돌맹이를 잡아 들었던 것 같은.
200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