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9 아이슬란드 회픈에서 홀트로(From Hofn to Holt, Iceland)

2022. 8. 25. 06:42Diario de Viaje/Iceland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해 뜰때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해 뜨고 난 후

아침에 눈을 뜨니 창문 너머로 강한 햇살이 느껴졌다. 모처럼 맞이하는 화창한 날씨였다. 일기예보 상으로도 오늘이 가장 날씨가 좋다고 했다. 여행 내내 날씨가 화창하면 좋을텐데, 그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기에 그저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어제 날씨가 좋지 않아 가지 않았던 베스트라혼(Vestrahorn) 산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베스트라혼 산은 산봉우리가 물에 비친 반영 사진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베스트라혼 산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구글 지도에서 'Viking Cafe'를 입력하고 가면 되는데, 바이킹 카페에서 입장료를 내면 차를 몰고 더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구경을 할 수 있다(구글 리뷰에는 굳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방문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평이 좀 있는데, 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면 입장료를 내면서라도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1번 도로에서 벗어나 바이킹 카페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여름에 오면 비포장도로를 달려 아이슬란드의 하이랜드쪽으로 가기도 한다던데 짧게나마 아이슬란드의 비포장도로 맛을 볼 수 있었다. 도로 옆에는 아이슬란드 특유의 갈기가 멋진 말들이 한가로이 서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바이킹 카페에 도착하여 입장료를 내고나니 차단기가 열렸다. 더 안으로 들어가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였다.

베스트라혼 산, 아래 바이킹 마을이 있다.

멀리서 베스트라혼 산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바이킹의 마을이 있었다. 미리 보았던 반영 사진을 찍기 위해 적당한 촬영 지점을 물색하였다. 산 바로 앞에까지 가보니 물이 찰랑거리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이 곳에서 반영 사진을 찍는 것인가 싶어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바이킹들이 발견한 땅인데, 다른 사람들이 굳이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이슬란드(Iceland) 즉 '얼음의 땅'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바이킹들이 거주하던 마을 같은 곳이 산 밑에 남아있었다.  

베스트라혼 산, 멀리 동부 피요르드가 보인다.
베스트라혼 산과 사진가

바이킹 카페에서 나눠준 안내쪽지에 스톡스네스(Stokksnes)라는 곳이 전망이 좋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차를 몰고 스톡스네스에 가보았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검정색 모래로 된 해안사구를 넘어가니 정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근경에 베스트라혼 산이 보이고, 그 앞에 검은 모래 해변이 깔려 있으며, 파도가 바닷물을 몰고 천천히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 멀리 원경에는 동부 피요르드의 웅장한 설산이 펼쳐져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보았던 경치 중 가장 스펙타클한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은 모래 해변에서는 사진가들이 삼각대를 세워두고 열심히 베스트라혼 산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 곳이 베스트라혼 반영 사진의 주요 촬영 지점인 것 같았다. 나도 파도를 의식하면서(아이슬란드 해변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특히 갑자기 깊숙이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조심해야 한다) 열심히 사진을 촬영했다.   

요쿨살론 빙하호, 고래 닮은 얼음덩어리
수영복만 입고 빙하호에 들어간 외국인들

차를 몰고 서쪽으로 향했다. 둘째 날 들렀던 요쿨살론(Jokulsalron) 빙하호에 다시 멈춰 호수를 구경했다.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한 곳인데 다행이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았다. 호수 주변을 찬찬히 산책하면서 빙하호에서 헤엄치는 물개를 보았다. 호수에는 푸르스름한 얼음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떤 외국인들이 수영복만 입은 채 빙하호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저 멀리 요쿨살론 빙하에서 얼음덩어리가 호수로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오전에 화창했던 날씨는 다시 흐려졌다. 그래서인지 얼음덩어리들이 천천히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장엄하면서도 쓸쓸해 보였다. 

다이아몬드 비치

요쿨살론 빙하호에서 차를 몰고 바로 남쪽에 있는 다이아몬드 비치(Diamond Beach)로 향했다. 이 곳에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주차장이 하나씩 있다. 서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요쿨살론 빙하호에서 떠내려온 얼음 조각들이 해변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얼음 조각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다이아몬드 같다고 해서 이 해변의 이름이 다이아몬드 비치이다. 얼음 조각을 하나 집어 먹어보았다. 수만년 전 얼어버린 빙하의 일부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얼음 조각들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카메라 렌즈에 필터를 장착하고 그 광경을 장노출로 찍어보았다. 쉽지는 않았다. 얼음 조각들은 모양이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바다와 하나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몹시 쓸쓸해졌다. 한 걸음 떨어져 진정한 끝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얼음 조각들은 두려워하고 있을까. 아니면 흥분된 상태일까.

서쪽으로 향하는 1번 도로

계속해서 서쪽으로 차를 몰았다. 길 우측에 바짝 붙어 서 있었던 설산과 빙하는 어느새 시선 너머로 멀어져가고 있었고, 눈 앞에 끝도 없는 이끼평원이 펼쳐졌다. 동쪽으로 올 때는 날씨가 좋지 못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이끼평원이었는데, 반대쪽으로 돌아가면서 보니 정말 어마어마했다. 비크(Vik)에서 가볍게 장을 보고 차에 기름을 든든하게 채운 후, 오늘 예약한 숙소가 있는 홀트(Holt) 지역까지 계속해서 차를 달렸다. 오늘 묵게 된 숙소는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을 통틀어 가장 기대했던 '더 가라지(The Garage)'라는 곳이다. 숙소 뒤편에는 폭포가 흐르고, 앞에는 호수가 펼쳐져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야외에는 공용 자쿠지가 있어 폭포를 보면서 스파를 즐길 수도 있다. 숙소 내부 인테리어도 무척 세심하면서 감성적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구워놓으신 케이크와 쿠키를 주셨다. 무척 맛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한다면 꼭 하루쯤은 투숙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이다. 한편, 구름 예보상 이 지역의 밤하늘이 맑다고 되어 있어서 오늘 이 곳에 숙소를 잡은 것이었는데, 결국 남쪽에서 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오로라를 관측하지는 못했다. 양고기와 삶은 감자로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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