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30 아이슬란드 홀트에서 케플라비크로(From Holt to Keflavik, Iceland)

2022. 8. 27. 06:20Diario de Viaje/Iceland

숙소 자쿠지에 앉아서 보이는 폭포, 장관이다.

아침으로 어제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주신 케이크와 커피를 마셨다. 숙소에 야외 자쿠지가 있어 이용을 해봤다. 자쿠지는 2개가 있었는데, 여러명이 들어갈 만큼 크지는 않아서(한 2-3명 정도가 적당한 듯 했다) 자쿠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을 때 들어가보았다. 바깥 온도는 꽤 쌀쌀했는데 뜨뜻한 자쿠지에 들어가 있으니 피로가 저절로 풀리는 듯했다. 자쿠지에 앉아서 숙소 뒤편 높은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았다. 폭포가 떨어져 내려오는 산에서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다양한 새들이 날고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신선 놀음이 아닌가. 숙소에서 짧게 하루만 묵었다가 가야만 하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말 강력 추천하는 숙소 '더 가라지(The Garage)'이다.

트롤 바위
트롤 바위
비크의 풍경

오늘은 구름 예보에 따라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서 아이슬란드의 남서쪽 끝인 케플라비크(Keflavik)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하였다. 아이슬란드 국제공항이 있는 그 곳이다. 서쪽으로 가기 전에 비크(Vik)에 가서 트롤 바위 등을 제대로 구경하기로 하였다. 비크에 가서 늘 차를 세우던 곳인 크로난 슈퍼마켓 뒤편에 주차를 하고 해변 쪽으로 조금 걸어나가면서 트롤 바위를 구경했다. 다행이 바람이 거세지 않았고 날씨도 한결 청명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비크의 전경도 매우 아름다웠다. 전날 내린 눈으로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해서 북유럽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의 붉은 교회가 우뚝 서 있었다. 

디르홀레이에서 본 트롤 바위와 검은 모래 해변
디르홀레이에서 본 검은 모래 해변
디르홀레이에서 본 해변, 파도가 거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차를 몰고 비크 근처에 있는 디르홀레이(Dyrholaey)로 향했다. 높은 절벽 위에서 트롤 바위와 검은 모래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트롤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해안절벽으로 밀려들어오는 파도가 무척 거셌다. 저 곳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살아서 돌아올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디르홀레이에서는 유명한 검은 모래 해변인 레이니스프야라 해변(Reynisfjara Beach)이 보였다. 레이니스프야라 해변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갑자기 밀려드는 파도로 인해 매년 꼭 1명씩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함께 간 일행이 절대로 레이니스프야라 해변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멀리 디르홀레이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디르홀레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비록 유료여서 이용하지는 않았지만)이 있었다. 

스코가포스에 무지개가 피었다.
스코가포스 우측에 걸어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서쪽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유명한 폭포 두 군데에 들렀다. 먼저 들른 곳은 스코가포스 폭포(Skogafoss Waterfall)였다. 아이슬란드어로 'Foss'는 폭포라는 뜻이다. 폭포에 도착했을 무렵 마침 날씨가 화창해지고 햇빛이 강해져서 폭포 물안개 속으로 선명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었고, 흠뻑 젖었지만 거의 바로 앞까지 가서 어마어마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산책로 우측으로 계단이 있어 올라가면 폭포를 위에서 볼 수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지는 않았다. 오전에 출발했던 숙소를 다시 지나 두번째로 들른 곳은 셀야란드 폭포(Seljalandsfoss)였다. 특이하게도 폭포 내부에서 바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셀야란드스 폭포에서는 주차비를 내야 했다. 폭포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무척 신기했다. 다만 폭포 내부까지 들어가는 길이 다 젖어있고 진흙밭이어서 조금 미끄러웠다. 내부까지 들어가면서 흠뻑 젖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거센 폭포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장난이 아니었다. 폭포에 다녀왔는데 꽤 추웠다.

셀야란드 폭포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본 모습

두 개의 폭포를 구경하고 난 다음 남서쪽 끝으로 차를 달렸다. 첫날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던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을 지나가니 마치 여행이 다 끝난 것만 같았다. 동선이 무척 꼬여버리기는 하지만 오로라를 다시 보겠다는 생각 하나만 머리 속에 가득했다. 숙소 근처에 다다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예보상으로는 구름이 없다고 되어 있는데, 하늘에는 무척 낮은 구름이 꽤 많이 떠 있었다. 아마 예보에도 잡히지 않는 낮은 높이에 떠 있는 얇은 구름인 것 같았다. 구름 너머로 저녁 하늘이 바라보였기 때문이다. 얼른 거센 바람이 불어 저 얇은 구름들을 모두 걷어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씨가 화창해서 전혀 바람이 불지 않았다.

양고기와 감자로 만찬을 즐겼다.

오늘 묵게 된 숙소는 Ocean Break Cabin이라는 곳이었다. 작은 오두막이었는데 전용 야외 자쿠지가 있었다. 자쿠지에 물을 받았는데 유황 냄새가 나는 뜨거운 온천물이 나왔다. 비크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양고기와 감자로 만찬을 즐기고 난 다음 자쿠지에 들어갔다. 와인을 몇 잔 마신 뒤에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취기가 빨리 올라왔다. 자쿠지에 앉아 밤하늘에 오로라가 보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구름예보에 나오지 않는 낮은 구름들이 떠 있었다. 오늘도 오로라를 보는 것은 글렀나보다. 그냥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와인과 맥주를 더 들이켰다.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별이 몇 개 보였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행복감을 느꼈다. 몸이 너무 더워지면 잠시 밖에 나와 있으면 되었다. 아이슬란드의 밤공기가 몸을 금방 식혀주었다. 몸이 식기 전에 다시 자쿠지에 들어가면 되었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질어질했다.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아름다운 오로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