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5 바르셀로나에서 아이슬란드 코파보귀르로(From Barcelona to Kopavogur, Iceland)

2022. 8. 13. 20:15Diario de Viaje/Iceland

아이슬란드 지도, 하나 사오고 싶었다.

오늘은 드디어 아이슬란드(Iceland)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위해 그동안 나름대로 단단히 준비를 하였다. 이번 여행의 최대 목적은 오로라를 감상하고 오는 것. 오로라를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나중에 간략히 적어놓기는 하겠지만, 네이버 카페 '카페 아이슬란드'를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부터 아이슬란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왔었다. 얼음과 불의 땅.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있는 곳. 밤 하늘에서 춤추는 환상적인 오로라. 오래 전 지인이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뒤 내게 기념품을 하나 선물로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조금 찾아봤었던 것 같고, '레이캬비크(Reykjavik)'라는 신기한 이름을 가진 수도가 있어 당시 내 흥미가 증폭되었던 것 같다. 그 때만 해도 내가 북극 가까이에 있는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가볼 일이 있을까 싶었었는데. 이후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면서 두 대륙판이 만나는 장소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실프라(Silfra)' 다이빙에 대해서 듣고 무작정 아이슬란드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 오고 나니 부엘링(Vueling)이라는 저가항공사가 레이캬비크까지 직항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11시가 되어도 출발하지 않는 비행기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비행기 출발 3시간 전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하여 푸드코트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이슬란드의 기온이 영하까지는 아니지만 바람이 미친듯이 불기 때문에 춥다고 해서, 기모가 들어간 따뜻한 등산바지, 반팔상의, 그 위에 긴팔 플리스, 그 위에 방풍잠바를 입고 있었다. 탑승 카운터에 가니 나처럼 유달리 두툼하게 갖춰 입은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나와 함께 아이슬란드에 가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었다. 처음에는 속으로 '아이슬란드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구나. 그러면 그렇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행기 출발이 계속해서 지연되었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오늘 아이슬란드에 못가는게 아닐까. 날씨 때문에 그런가. 그러면 일정이 전부 다 꼬여버리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착륙,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결국 비행기는 오후 3시 정도가 되어서야 출발하였다. 안내방송으로 원래 비행기를 몰기로 했던 기장에게 문제가 생겨 대체 기장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비행시간은 약 5시간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와 아이슬란드의 시차가 2시간인 점을 감안하여,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Keflavik) 공항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 땅을 밟아보는구나.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짐을 찾고 나오는 길에 면세점이 있었고, 이 곳에서 맥주와 와인을 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마트 물가가 비싸서 여행하면서 마실 술은 미리 면세점에서 최대한으로 사는게 좋다고 했다. 아이슬란드 와인이 있으면 마셔보겠다는 짧은 생각을 했었으나, 막상 여행을 하면서 포도가 자랄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작 아이슬란드 면세점에서 여행 출발지인 스페인산 와인 2병을 샀다. 와인 2병, 맥주 12캔, 아이슬란드 현지 술(작은 사이즈) 4개, 초콜렛 2개(나중에 먹어보니 감초맛 초콜렛이었다)를 구매했는데 한국돈으로 약 12만 원 정도가 나왔다. 특별히 비싼 와인을 샀던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슬란드의 후덜덜한 물가를 처음 체험하였다.

Welcome to Iceland

출국장을 나와 렌트카 업체 직원을 기다렸다. 이번 여행에서 예약한 렌트카 업체는 'Lotus'라는 곳이었다. 다른 렌트카 업체를 이용해보지 않아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일처리도 깔끔한 것 같고 차량 상태도 좋았다. 만족스러웠다. 공항 밖은 비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치고 있었다. 추운 것보다는 바람이 너무 세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렌트카 업체의 차를 타고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렌트카 사무실로 간 다음에 예약해두었던 차량(Suzuki Vitara)를 인수받았다. 아이슬란드에서 렌트카를 예약할 때 나의 기준은 변속기어가 자동일 것, 그리고 4륜 구동일 것이었다. 빌린 자동차 타이어에 징이 촘촘히 박혀 있었는데, 기본 옵션이었다. 3월에 차량을 빌려서 그런 것 같다. 아이슬란드의 3월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도로에 빙판도 많고 눈도 자주 온다고 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산 주류, 와인은 스페인산이었다.

오늘 예약해둔 숙소는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 남쪽에 위치한 코파보귀르(Kopavogur)에 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하였고 지역은 Kopavogur, 호스트의 이름은 Jon이다. 먼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어서 특히 깨끗하다는 이유 등으로 추천받은 곳이었는데, 첫날 여행을 시작하기에는 만족스러웠다. 아이슬란드에서 1번 도로를 따라 가면 나라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해서 링로드(Ring Road)라고 하는데, 1번 도로 입구가 코파보귀르에서 멀지 않아 다음날 링로드를 따라 이동하기에도 적합한 곳이었다.

숙소 창문 밖 풍경

공항에서부터 조심조심 차를 몰아 숙소로 향했다. 늦은 저녁이 아니었는데도 도로에 있는 가로등 외에는 사방이 깜깜했다. 숙소는 매우 조용하고 아늑했다. 위층에 주인집이 있고, 아래층을 에어비앤비로 내놓은 구조였다. 함께 간 일행은 너무 피곤했는지 곧바로 잠이 들었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있는 어느 숙소에 내가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흥분되었다. 멀리 북극에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가, 공기가 더 무겁고 조용하고, 세상의 여러 잡다한 소리들을 더욱 잘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눈이 펑펑 내릴때 세상이 더 조용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눈이 내리지 않았음에도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 펼쳐질 아이슬란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면세점에서 사온 맥주를 한 캔 들이키며 조용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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