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6 오르티세이(Ortisei)

2022. 8. 7. 06:45Diario de Viaje/France, Italy

세체다 계곡의 모습

오늘은 이틀 전에 갔었던 세체다(Seceda)를 트레킹하기로 하였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떨어진 세체다 케이블카 정류장(Funivie Seceda Spa)에 가서 케이블카를 두 번 이어서 타고 산을 올랐다. 처음 계획은 세체다에 올라간 다음, 페르메다 체어리프트(Seggiovia Fermeda)를 타고 세체다 계곡을 내려가서, 바로 동쪽에 위치한 콜 라이져(Col Raiser)까지 산책을 한 다음, 콜 라이져 케이블카(Cabinovia Col Raiser)를 타고 Plan da Tieja 지역으로 내려오고, 다시 남서쪽으로 걸어가서 몬테 파나 체어리프트(Seggiovia Monte Pana)와 몬테 세우라 체어리프트를 연달아 타고 싸소룽고(Sassolungo) 산의 기슭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돌로미티 서부 지역의 일정을 짜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세히 적었다). 하지만 세체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계획은 계획으로 남게 되었다.

세체다, 말이 필요없다.
세체다, 힘이 느껴진다.

세체다의 기상천외한 봉우리는 다시 보았음에도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은 이틀 전에 비해서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불지도 않고, 날씨는 더욱 화창하여, 세체다 봉우리쪽과 세체다 계곡의 풍경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늘에 있는 구름이 이동하면서 넓은 초원에 구름 그림자를 드리웠다. 페르메다 체어리프트 승강장을 지나 세체다 봉우리 가까이까지 걸어가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세체다 봉우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산세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누구든지 이 산봉우리를 보면 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돌로미티 지역을 트레킹해보았던 동생이 세체다가 가장 아름다웠었다고 얘기했었는데, 왜 그렇게 말해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세체다와 어제 갔었던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가 오르티세이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보통 두군데를 서로 비교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체다가 알페 디 시우시보다 훨씬 더 좋았다.

세체다 계곡, 오솔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세체다 산봉우리 앞에서 다시 세체다 케이블카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에 오솔길을 따라 세체다 계곡을 내려갔다. 이 곳에도 야생화가 잔뜩 피어있었다. 알프스의 야생화를 보려면 이 시기에 와야 한다. 꽃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하나같이 수수하면서도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야생화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꽃 사진을 찍으면서 좋아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데. 내일이면 돌로미티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눈으로 많이 담아두려고 노력하였다. 여행을 다녀온지 약 한달이 넘은 현재 여행기를 쓰고 있지만, 이 때를 기억하니 아직도 그 화창한 날의 햇볕, 시원한 바람, 고원의 풀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돌로미티의 야생화들
돌로미티의 야생화들

페르메다 체어리프트 하부 승강장 바로 앞에 있는 쿠카(Baita Cuca)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세체다 계곡을 내려오는 길에 있던 여러 식당들 중에서 가장 구글 평점이 높았기 때문이다. 맥주 한 잔과 슈니첼(돈까스) 그리고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파스타는 상당히 맛이 괜찮았으나, 슈니첼은 전 날 먹었던 파노라마 호텔에서의 슈니첼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양은 푸짐해서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페르메다 체어리프트를 타고 다시 세체다 계곡을 올라왔다. 올라가면서 또다시 세체다의 특징적인 산봉우리와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을 감상하였다. 페르메다 체어리프트에서 내려 세체다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간 다음 오르티세이 시내로 내려왔다.

세체다 계곡의 모습
세체다 계곡의 모습

발 가르데나 카드가 있었기에 숙소로 가기 전 레시에사 산악열차(Funicolare Resciesa)를 타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케이블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산악열차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몬주익 언덕을 올라갈 때 타는 산악열차와 유사하였다. 곤돌라, 케이블카, 체어리프트, 산악열차, 어느 것이든 타고 어디를 가는 것은 다 재미있다. 산악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니 싸소룽고의 멋진 봉우리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산악열차 마감시간이 임박하여 주변 산책은 하지 못하고 곧바로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가는 산악열차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돌로미티 동부 및 서부 지역에서 보냈던 환상적이었던 6일을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그토록 고대했던 돌로미티였는데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와인(roat)을 들이켰다.  

세체다
레시에사 산악열차에서 내려 바라본 싸소룽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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