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5 오르티세이(Ortisei)

2022. 8. 6. 05:45Diario de Viaje/France, Italy

알페 디 시우시

오늘은 오르티세이 남쪽에 위치한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를 방문하였다. 알페 디 시우시는 해발 1680m에서 2350m 사이로, 축구장 약 8000개(52제곱킬로미터) 넓이의 고원지대이다. 알페 디 시우시가 트레킹하기 그렇게 좋다고 하여 하루종일 트레킹을 하기로 하였다. 오르티세이 남쪽에 있는 알페 디 시우시 케이블카(Funivie Ortisei - Alpe di Siusi, 구글맵에는 Seilbahnen St.Ulrich - Seiser Alm으로 표시되어 있다)를 타고 산을 올라가 Mont Seuc 산장(Almgasthof Mont Seuc)에서 내렸다. 케이블카를 내리자마자 밖으로 나오면 벤치가 있는데, 그 곳에 알페 디 시우시의 가장 멋진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날씨는 무척 화창했다. 눈 앞에는 거대한 고원이 펼쳐져 있었다. 고원은 온통 초록빛이었고,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만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초록색이었다. 황토빛의 작은 오솔길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었다. 

소네 호텔
알페 디 시우시 전경, 윈도우 배경화면 같다.

우리는 우선 9번 길(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다)을 따라 살트리아(Saltria)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하였다. 산장 서쪽에 소네 체어리프트 승강장(Seggiovia Sonne)이 있었는데, 일행 중 일부는 체어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고 나머지 일부는 걸어서 내려가, 소네 호텔(Sporthotel Sonne)에서 만나기로 하였다(리프트가 소네 호텔 바로 옆까지 간다). 아침부터 푸릇푸릇한 숲 길을 살살 걸어내려가니 절로 흥이 났다. 마차가 다니기도 한다던데 오전 일찍이라 그런지 다니는 마차를 보지는 못하였다. 길 한쪽에 소들이 워낭을 달고 엎드려 있었고, 당나귀도 있었다. 우리처럼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네 호텔에서 일행과 합류하여 함께 길을 걸었다. 소네 호텔부터는 좁은 오솔길이 나왔다. 작은 개울도 건너고 야생화가 무성한 지역도 지나갔다.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해가 구름에 가리면 약간 쌀쌀하다가, 구름이 지나가면 다시 더운 날씨가 반복되었다. 그럴 때마다 옅은 초록, 초록, 짙은 초록 순서로 바뀌는 빛과 색의 변화가 무척 아름다웠다. 저 멀리 원경에는 큰 산맥들이, 중경에는 짙은 숲이, 근경에는 야생화 밭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구도였다. 길 중간중간에서 사진도 찍고 포장해 간 간식도 먹으면서 즐겁게 걸었다.

살트리아로 향하는 9번길

살트리아에서 버스를 타고 콤팟치(Compatsch)로 이동한 다음 다시 트레킹을 하려고 했던지라, 살트리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무렵부터는 속도를 내어 걸었다. Mont Seuc 산장에서부터 살트리아까지는 전체적으로 하강하는 코스였다. 반대편에서 걸어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상당히 힘들어보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가 와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버스표 자동발매기가 있어 얼른 표를 끊은 다음(숙소 체크인시 주인이 발 가르데나 교통패스를 주었는데, 이 버스는 그 교통패스로 탈 수 없었다)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살트리아를 출발하여 중간에 리치 호텔(Hotel Ritsch)에서 한차례 멈춘 다음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 콤팟치로 향했다. 버스로 약 10여분이 걸려 콤팟치에 도착하였다.

파노라마 리프트
파노라마 호텔

콤팟치에서 다시 트레킹을 시작하여 파노라마 체어리프트 승강장(Panorama Lift Station)으로 향했다. 콤팟치에서는 서쪽 시우시(Siusi, 구글맵에는 Seis am Schlern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역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Cabinovia Alpe di Siusi, 구글맵에는 Seiser Alm Bahn으로도 기재되어 있다)가 있었다. 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 다음에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발 가르데나 카드로 탑승이 불가능한 케이블카여서(이 때 돌로미티 슈퍼섬머 카드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탑승을 포기하였다. 버스 내린 곳에서 도보로 한 15분 걸어가니 파노라마 리프트 승강장이 나왔다. 파노라마 리프트를 타고 산을 올랐다. 파노라마 리프트 역시 발 가르데나 카드로 탑승이 안되는 리프트였다.

파노라마 리프트에서 내려서 본 풍경,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리프트에서 내리니 또다른 멋진 고원이 나왔다. 야생화 밭과 토끼, 남미에서 보던 라마를 보았다. 파노라마 호텔(Alpenhotel Panorama)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맥주 한 잔과 슈니첼(돈까스), 파파델라라는 파스타를 시켜 점심을 먹었다. 식사는 매우매우 훌륭했다. 슈니첼의 바삭함도 완벽했고, 파파델라라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파스타(라따뚜이 같이 신선하고 푸릇푸릇한 맛이었다)도 무척 맛있었다. 함께 갔던 일행들도 돌로미티 지역에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 이 파노라마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4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가격 치고는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게 되면 파노라마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기를 강력 추천한다.

콤팟치에서 소네 리프트로 향하는 6번길,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알페 디 시우시 전경, 오후에는 순광이 된다.

점심을 먹고 다시 파노라마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소네 체어리프트 승강장까지 간 다음, 소네 리프트를 타고 Mont Seuc 산장으로 가서, 알페 디 시우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내려가는 것이 계획이었다. 한낮의 알페 디 시우시는 무척 더웠다. 그늘이 많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어서 다소 힘이 들었지만 멀리 돌로미티 동부 지역의 여러 고원들을 감상하면서 걸으니 그나마 힘이 났다. 구글맵을 위주로 하여 중간 중간에 세워져 있던 이정표를 따라 걸어갔다. 소네 호텔에 도착한 다음 소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Mont Seuc 산장에서 알페 디 시우시의 전체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감상하였다. 멀리 파노라마 호텔도 보였다. 오늘 코스는 알페 디 시우시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남쪽에서 북서쪽으로, 북서쪽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크게 삼각형을 그리며 걸은 코스였다. 오후에는 원경의 산이 순광이어서 사진이 더욱 잘 나왔다. 만약 트레킹을 하지 않고 알페 디 시우시 케이블카만 타고 올라가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경우라면 오후가 더 좋을 것 같다.

숙소에서 본 싸소룽고의 노을

알페 시우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내려가 시내를 구경하였다. 아담한 속의 도시이지만 코르티나 담페초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다음 숙소에 가서 멀리 싸소룽고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하루종일 땀을 흘려서 그런지 취기가 빨리 올랐다. 때마침 싸소룽고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진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가슴 한가운데서 뜨거운 무언가가 벅차 올라왔다. 오래 태국의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보았던 노을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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