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02 아이슬란드 로가바튼에서 바르셀로나로(From Laugarvatn, Iceland to Barcelona, Spain)

2022. 11. 6. 01:21Diario de Viaje/Iceland

비내린 레이캬비크 시내 모습

어제 밤 보았던 오로라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에서 볼 수 있었던 오로라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레이캬비크(Reykjavik) 시내를 구경하고 공항에 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조금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숙소를 출발하여 레이캬비크로 가는 길에 '케리드 분화구(Kerid Crater)'에 들렀다. 그리 비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분화구 구경을 했다. 자그마한 분화구를 따라 한바퀴 걷고, 분화구 안에 있는 호수까지 걸어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전부였다. 화산 지형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분화구를 구경하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을텐데. 제주도의 여러 화산지형에 익숙해져 있는지라 개인적으로는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쉽게 분화구 및 호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케리드 분화구

레이캬비크 시내에 있는 할그림스키르캬 교회(Hallgrimskirkja, 'kirkja'는 교회라는 뜻)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였다.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이자 무료주차가 가능하여 인기가 많은 곳이다. 점심시간 무렵에 도착하였는데 다행이도 주차자리가 있었다. 어디선가 이 곳에 주차를 해두었다가 차량털이를 당하였다는 후기를 읽은 적이 있어, 카메라와 노트북 등 귀중품을 배낭에 소지하고 차에서 내렸다. 레이캬비크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을씨년스러웠다. 교회의 전체적인 모습은 날아오르는 불사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교회벽은 아이슬란드 곳곳에 있는 주상절리를 모델로 하였다고 전해들었다.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고 북동쪽 방향의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내려갔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멋진 동상

걸어가던 중 레이캬비크 피쉬(Reykjavik Fish)라는 식당에 들러 피쉬앤칩스 한 개와 맥주 두 잔을 시켜먹었다.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른 식당이었다. 우리 외에는 혼자 와서 맥주 한 잔을 시켜먹던 다른 현지인(으로 보이는) 손님 뿐이었다. 가격은 사악했지만(타르타르 소스 1개의 추가비용까지 포함하여 한국 돈으로 약 55,000원이 넘었다) 무척 맛있었다. 피쉬앤칩스를 다른 곳에서 많이 먹어본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먹어본 피쉬앤칩스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할 수 있다(요쿨살론에서 파는 피쉬앤칩스를 먹어보았다면 달리 평가했을 수도 있다). 잠시 비를 피하고 낮 술 한잔으로 추운 몸을 살짝 녹이며,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레이캬비크 피쉬 레스토랑 내부에서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무척 맛있었던 피쉬앤칩스와 맥주

기념품 거리를 따라 이리저리 걸어다니다가,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핫도그 가게(Baejarins Beztu Pylsur)를 찾아갔다. 우리는 한국의 모 방송에서 언급된 대로 '핫도그월드'라고 불렀다. 빨강색 가판대여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줄은 그리 길게 서 있지 않았다. 핫도그 2개를 사 먹었다. 그동안은 차에서 식은 핫도그를 먹어서 그런가, 이 곳에서 사먹은 따끈따끈한 핫도그가 무척 맛있었다. 맛의 비결은 따끈따끈한 소스와 소세지에 있는 것 같았다. 잘 몰라서 흰 바탕에 빨강 색으로 소세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소스, 케찹, 머스타드를 조합해서 핫도그를 만들었었는데, 이 가게의 소스는 그런 맛이 아니었다. 

일명 '핫도그월드'

이후 레이캬비크 시청으로 향했다. 그 앞에 있는 호수에서 백조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시청 앞에 큰 호수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개판'이 아닌 '백조판'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물이 있는 곳이면 백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곳의 백조들은 사람들이 먹이를 많이 주어서 그런지 상당히 가깝게 다가왔다. 여름에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비가 내리고 비수기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시청 내부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한번 더 이용했다. 

강아지보다 흔한 백조들
백조들

바닥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채색된 거리(Rainbow Street)를 따라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다행이도 차량털이는 않았다. 차를 몰고 케플라비크(Keflavik)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업체 근처의 N1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N1 주유소에서 제공해주는 무료커피를 한 잔 더 받아마셨다. 렌트카를 반납한 다음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갔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부엘링(Vueling)은 셀프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줄을 서 있다가 체크인을 마쳤다. 공항 면세점에서 아이슬란드 사진집을 한 권 샀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곳의 사진집을 한 권씩 사려고 하는 편이다. 밤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였다. 오로라를 보러 떠난 아이슬란드였고, 무척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바르셀로나에 와서도 눈 앞에서 아이슬란드의 황량한 자연이 어른거렸다. 또다시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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