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어둠이 조금 더 어두워질 때
2008. 9. 15. 13:01ㆍ斷想
내게는 모든게 한없이 어둠과 같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모든게 어둠이었기에, 심지어 어둡다는 느낌조차 없이
약 21년의 시간을 그 어둠 속에서 유유히 지내왔다.
모든게 어둠 뿐인 어둠 속에서는
더 어두운 것도, 덜 어두운 것도 없었다.
어느 날, 나는 빛을 보았고,
그 빛은 나에게 빛이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그 빛은 강렬하면서도 따뜻했고,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그 빛은 내 심장으로 들어와 내 심장을 관통해 흘러 나갔다.
그 빛으로 인해
더 어두움과 덜 어두움,
덜 밝음과 더 밝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다시 끝없는 어둠 속에 있음에도
그 빛은 나에게 지금의 어둠이 얼마나 어두운 건지를 느끼게 해 준다.
내 눈동자 속 가장 깊은 곳에
그 빛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면서도,
끝없는 어둠과 시간으로 내 눈이 점점 침침해짐에 익숙해져
다시금 빛을 바라보기가 두려워진다.
주위의 어둠이 조금 더 어두워질 때가
내가 가장 슬프도록 힘들 때이고
술이 나를 가장 취하게 할 때이다.
200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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