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이젠 좀 웃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 눈이 살짝 올라갔다. 한 밤중에 눈이 많이 내려 서울의 도로가 마비되다시피 한 날이 있었는데 그날 벅찬 가슴을 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완전무장을 하고 삼각대와 필름 두통을 챙겨서 카메라를 들고 동네 놀이터로 뛰어나갔었다. 머리에는 군밤장수나 북한 인민군의 모자 같은 걸 쓰고 삼각대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나로 인해서 놀이터에서 눈을 맞으며 다정하게 사랑을 나누던 한쌍의 연인은 카메라가 두려웠던지, 새벽 1시에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모자를 쓰고 추운 날씨에 입김을 후후 내뿜으며 씩 웃는게 이상해서였던지 모르겠지만 총총걸음으로 도망을 갔고 길을 거대한 장대빗자루로 눈을 쓸고 계시던 경비아저씨는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으셨다. (다른 동이..
200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