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22

2009. 8. 11. 21:01하루살이





종로 3가 맥도날드에 들렸다. 낙원상가에 클래식 기타를 수리하려 간 참이었지만, 실제로는 둘이서 익숙했던 그 길을 혼자 걸어보기 위함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서 나의 맨발은 종로 거리의 고인 물을 온통 헤집고 다녀야만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빅맥 런치메뉴를 처음으로 시켜보았다. 600원을 추가하여 감자튀김과 콜라를 라지로 바꾸었다. 덤으로 AF-C의 렌즈색깔과 비슷한 보랓빛 톤의 코카콜라 유리컵을 받았다.

3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창가도 아니고 입구도 아닌 어정쩡한 곳에 앉아, 나름 3층에 올라와 있는 분위기를 느끼려 하면서 빅맥을 씹으려고 했다. 3층에는 많은 빅맥 씹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조용했다. 마치 빅맥농장에서 사육당하는 소 같았다. 나를 포함해서. 한 마디 말도 없이 오물오물. 오물오물. 코카콜라를 빨아들일 때의 강렬한 흡입음조차 나지 않았다.

모두의 맞은 편 좌석은 비어 있었고, 시선은 그 너머의 바닥에 고정되어있었다. 황소가 꾸벅꾸벅 졸듯이 모두는 빅맥을 씹었다. 반 밖에 먹지 않은 감자튀김과 콜라를 바라보았다. 종로 거리의 노숙자가 떠올랐다. 빅맥은 맛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점심을 먹는다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먹고 다시 토할 지라도, 먹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그것은 하루를 보통의 다른 사람들처럼 보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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