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1 베네치아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From Venezia to Cortina d'Ampezzo)

2022. 8. 2. 06:10Diario de Viaje/France, Italy

브라이에스 호수, 날씨가 흐려졌지만 여전히 운치있다.

오늘은 드디어 이번 자동차 여행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중 '돌로미티(The Dolomites)' 지역으로 가는 날이다. 돌로미티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중 특정 암석(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백운암' - 영어로는 'dolomite')으로 이루어진 산맥 부분만을 지칭한다고는 하나, 돌로미티 지역 자체가 한국의 전라남도 크기 정도가 될 정도로 광활하다. 그동안 남부 프랑스와 중부 이탈리아를 지나온 것도 결국 이 돌로미티 지역을 여행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로미티 지역이 워낙에 광활하다 보니 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몇 군데 도시를 거점 삼아 여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특히 네이버 카페 '[이프] 이탈리아 여행'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를 바탕으로 동쪽 거점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에서 3박을, 서쪽 거점 도시 오르티세이(Ortisei)에서 3박을 하기로 하였다. 서쪽 거점 도시인 오르티세이는 근처에 오르티세이를 대체할 만한 도시가 몇군데 있으나, 동쪽 거점 도시인 코르티나 담페초는 근처에 그럴 만한 도시가 별로 없어, 돌로미티 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코르티나 담페초 숙박부터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브라이에스 호수, 뱃놀이

베네치아 메스트레에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는 차로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그 중 A27 고속도로가 약 1시간, 나머지 꼬불꼬불한 산길이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보니 저 멀리서부터 뾰족뾰족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돌로미티 지역으로 들어선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유럽의 산들은 한국의 산들과 비교하면 대부분 더 뾰족뾰족한 편이고 그래서 더 멋있다는 느낌도 드는데 - 한국의 산들은 둥글둥글한 느낌이 든다 - 아마 한국의 땅이 유럽의 땅보다 더 오래되었거나, 빙하가 흘러 형성된 땅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가는 산길은 운전하기에는 꼬불꼬불했으나, 경치는 끝내주었다. 중간중간에 작은 마을들을 지나서 굽이굽이 도로 양쪽으로 깎아지듯한 산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직접 운전을 하고 있어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지는 못했으나, 함께 갔던 일행들은 연이어 감탄사를 자아냈다. 코르티나 담페초의 숙소에 체크인을 하지 않고 곧바로 근처(라기에는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유명한 브라이에스 호수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원래는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에 있는 팔로리아 케이블카(Faloria Cable Car)를 타고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하려고 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는 날에는 아직 케이블카가 열지 않는다고 하여 계획을 수정하였다. 돌로미티 지역 여행시 곤돌라, 케이블카, 체어리프트가 언제부터 오픈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통 5월까지는 스키 리프트로 활용되다가 약 1개월 정도 쉰 후에 하이킹을 위한 리프트로 활용된다.

화창했을 때의 브라이에스 호수, 정말정말 아름답다.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브라이에스 호수(구글맵에는 '프라그세르 호수'라고 나온다, Lago di Braies)까지는 차로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아름다운 산길과 숲길을 지나 브라이에스 호수에 도착할 무렵이 되니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동안 여행내내 계속 날씨가 화창했는데, 돌로미티 지역은 산 속이다 보니 날씨가 변화무쌍한 것 같다. 장대비 덕분에 자동차의 겉면이 깨끗해졌다. 브라이에스 호수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다행이 소나기였고, 날씨는 금방 화창해졌다. 

호숫가 주위로 산책로가 있었다. 호수에는 카약처럼 생긴 배를 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호수 너머에는 산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물색은 정말로 에메랄드 빛이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돌로미티, 돌로미티 하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이 생각은 이후 돌로미티를 떠나기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걸었다. 베네치아에 있을 때까지는 무척 더웠는데, 돌로미티 지역에 오니 무척 시원했다. 호숫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물고기를 포함한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호숫가 주위로 우거진 숲에서는 오래되고 습기찬 나무의 향기가 풀풀 났다. 조금 걷다보니 슬슬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비가 한두방울 떨어졌다. 호수를 한바퀴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방향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구름낀 호수도 운치가 있었다. 

호수 주위 산책로

코르티나 담페초로 돌아와 숙소에 체크인했다. 이번에 3박을 하게 될 숙소는 Radisson Residences Savoia Palace Cortina d'Ampezzo이다. 취사가 가능한 아파트형 호텔이었는데, 가격이 조금 나가기는 했지만, 쾌적하고 특히 객실 내부 벽이 나무로 덧대어져 있어 산장 느낌이 나서 좋았다. 맞은 편의 Grand Hotel Savoia와 주차장을 공유하였고, 위 호텔의 스파와 레스토랑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가보지는 못하였다. 숙소는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에 있어서 걸어서 시내를 구경하기에도 매우 좋았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와인(Predella Rosso Toscana)를 마셨다. 깊은 산속의 밤공기는 무겁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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