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8 피렌체(Firenze)

2022. 7. 30. 21:33Diario de Viaje/France, Italy

아르노 강변 야경

피렌체에서의 두번째 날이다. 낮의 열기를 견디기 어려워 아침 일찍 움직이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버렸다.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파는 트러플 파스타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중앙시장에 가보았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어, 중앙시장에서 점심 먹는 것을 포기하고 인터넷에서 추천받은 Yellow Bar라는 식당에 찾아갔다. 파스타 2개와 피자 1개 그리고 맥주를 시켜서 먹었는데, 맥주를 제외하고는 그냥 보통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일행들은 숙소에서 조금 더 쉬기로 하고, 조또(Giotto)의 종탑에 올라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를 제대로 관람하고자 나만 먼저 숙소를 나왔다. 그 때가 오후 5시경이었는데 여전히 아르노 강변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강 한가운데 제방에서 엎드려 선탠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도로에는 깜찍한 작은 자동차를 줄지어 세워놓고 대화를 나누는 동호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만 해도 어디 여행을 가면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에 얽매여 일종의 게임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처럼 여행을 하는 편인데(이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피렌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를 즐기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부럽기도 했다. 아마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여름 한 달이 휴가 기간이어서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깜찍했던 자동차들

자동차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유럽에 나와 있으니 거의 대부분 소형, 준중형차 또는 약간 커도 중형차(해치백)를 타고 다니고, 대형차나 중형 이상 SUV는 잘 보지를 못해서, 도로에 현대의 산타페 정도만 지나가도 엄청 큰 차라고 느껴졌다. 길 자체가 워낙 좁고(고속도로도 폭이 넓지 않다), 주차장은 정말정말 좁아서, 중형차 이상 크기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 자체가 엄청 불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끔은 덩치큰 서양 사람이 소형차 뒷자석에 낑겨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한데, 자동차 안에 타 있는 사람의 표정을 보면 그리 불편한 것 같지도 않다. 

조또의 종탑에서 바라본 피렌체 대성당 쿠폴라

조또의 종탑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구매하기까지 좀 헤매다가 겨우 탑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계단이 400여개나 되어 무척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역시 한국인은 산악민족인가. 계단 중간중간에 층계참이 있고, 그 곳에서 사방의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무척 멋졌다. 특히 피렌체 대성당의 쿠폴라(돔의 이탈리어라고 한다)가 제대로 보였고, 한 번 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가 생각났다. 종탑 꼭대기에 올라 피렌체의 전경을 한참 동안 감상하였다. 아름다운 도시. 혼자 올라와서 이 풍경을 보게 되니 쓸쓸하기도 하였다.

노을진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 야경

일행과 합류코자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들었다. 다시 숙소를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그제서야 날씨도 조금 시원해졌다. 아르노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베키오 다리의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베키오 다리 근처에서 마라톤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라토너들이 유서깊은 피렌체 도시의 골목을 달리는 코스인 것 같았다. 

아르노 강변 야경
아르노 강변 야경

피렌체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그동안 밤에 별로 집 밖을 나가지 않았기에 모든 도시의 야경이 모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숙소에 돌아가 와인(Ruche di Castagnole Monferrato)을 또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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