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7 피엔차, 토스카나에서 피렌체로(From Pienza, Toscana to Firenze

2022. 7. 29. 17:52Diario de Viaje/France, Italy

피렌체 아르노 강변

Agriturismo Il Casalino를 떠나 피렌체(Firenze)로 향했다. 이탈리아 중부의 거점도시 피렌체는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로 불리기는 한다던데, 여행을 하면서 피렌체를 플로렌스로 부르는 사람을 보지는 못하였다. 피렌체까지는 차로 약 2시간 거리. 상대적으로 운전 시간이 길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피렌체의 숙소를 예약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피렌체를 방문하는 일정이 하필이면 피렌체에서 열리는 무슨 패션 주간과 겹친다는 것. 하지만 정작 그런 패션 쇼가 열리는지는 보지 못했고, 오히려 피렌체 방문 일정 중에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그래서 안그래도 비싼 숙소들 가격이 모두 2-3배씩 올라간 상태였다. 그래서 피렌체 중심에서 비싼 돈을 내고 숙소를 잡느냐(거의 1박에 1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피렌체에서 약간 떨어진 교외에 숙소를 잡고 차 또는 대중교통으로 피렌체를 왕복하느냐, 아니면 볼로냐(Bologna)에 숙소를 잡고 고속철도로 피렌체를 왕복하느냐 중에서 고민을 했다. 가격이 아무래도 가장 큰 부담이었고, 피렌체 교외에서 매일 차로 피렌체를 왕복하는 경우, 주차 문제, 이탈리아에서 악명높던 ZTL 문제 등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으며, 대중교통으로 피렌체를 왕복하는 경우 길에서 소모하는 시간과 체력이 상당할 것 같아 망설여졌다. 다행이도 자동차여행 출발 전 막판에 에어비앤비에서 2박에 약 340유로짜리 숙소(에어비앤비에 'Federico님의 숙소'라고 나옴)가 나와 곧바로 예약하였고, 이는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피렌체로 차를 몰고 가면서 신경쓰였던 것은 바로 ZTL(Zona a Traffico Limitado)라고 하여 교통제한구역이었다. 이탈리아에는 여러 도시들에 이 ZTL 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미리 허가를 받은 차량 외에는 위 구역을 고의 또는 과실로 진입할 경우 무조건 과태료를 물게 되며, 그 액수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였다. 유럽 자동차여행을 하면서 주로 활용한 내비는 구글맵이었는데, 구글맵에는 ZTL이 전혀 표시되지 않고, 그래서 다른 여행객들은 Waze라는 내비게이션을 추가로 사용하여 ZTL 진입 여부를 확인한다고 하였다. 피렌체에서 예약한 숙소가 ZTL 구역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어 피렌체로 진입시 Waze를 함께 확인하였으나, 내가 Waze 작동법을 몰라서 그런지 ZTL로 들어간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어찌저찌 피렌체 숙소에 도착하여 숙소 주인의 환대를 받고 차를 따로 사설주차장에 주차를 해둔 후 ZTL에 대해서 물어보니, 숙소 자체는 ZTL 안에 있는 것이 맞지만, 여기까지 운전해서 오는 길에 ZTL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ZTL 위반으로 단속이 되지는 않는다고 얘기하였다. 이탈리아의 ZTL은 도시 중심의 오래된 건물, 유적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숙소 자체가 ZTL 내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 중심과 가깝다는 말이 되므로, 매우 좋은 위치에 숙소를 잡았음이 재확인되었다. 또한 숙소 근처에 미국 대사관(영사관?)이 있어서 거리의 치안이 매우매우 안전하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경 예약해둔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피렌체 중심으로 아르노 강이 흐르고 있는데, 숙소는 피렌체의 서쪽에 위치하여,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한 20분 걸어가면 우피치 미술관이 나온다. 강변이니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강변에는 나무들이 거의 없었고, 결국 한 낮의 뙤약볕을 온 몸으로 그대로 맞으면서 우피치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지 싶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이 무렵 피렌체의 기온은 섭씨 37도에 달하였고, 우피치 미술관에서 채 작품을 감상하기도 전에 이미 다 지쳐버렸다.

우피치 미술관의 복도, 쉴 수 있는 의자가 무척 많다.

우피치 미술관은 피렌체 뿐만 아니라 당시 지중해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의 사무실 - 우피치가 영어로 오피스(Office)라고 한다 - 이었는데, 메디치 가문이 워낙에 유명한 작품을 많이 수집하기도 하였고 유명한 화가들을 많이 양성하여, 그 공간이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모든 작품을 피렌체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미술관을 그렇게 즐겨 가는 편은 아니지만, 피렌체에 왔으면 우피치 미술관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하여, 피렌체 도착 전날 따로 '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라는 제목의 e-book으로 작품 공부도 하였다. 그러고 난 다음 두 눈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니 작품들이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우피치 미술관은 2,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층을 먼저 관람하고 내려와 2층을 관람하는 순서로 되어 있다. 각 층에는 여러개의 방과 기다란 복도가 있고, 방에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복도에 나오면 쉴 수 있는 의자가 많이 놓여 있어, 충분히 쉬어가며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다. 다녀본 미술관들 중에 이렇게 쉴 수 있는 의자가 많이 놓여 있던 곳은 처음이었다.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었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우피치 미술관을 나와 숙소 주인이 추천해주었던 스테이크 가게로 갔다. 피렌체가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하여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버터로 향을 입힌 미국식 스테이크에 익숙했던 나는, 피렌체의 스테이크가 고기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다소 우직한(?) 느낌이어서, 이게 맛있는 스테이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크에 곁들인 와인(San Donatino Chianti Classico Poggio Al Mori)는 무척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젤라또를 사먹었다. 골목길 사이로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가 밤에 뜬 보름달처럼 나타났다. 대학생 시절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면서 저 두오모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와인에 취해서 그런가 영화의 OST가 귀에 들려오는 듯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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