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앤크림
마음이 답답하여 동네를 거닌다. 동네를 거니는 정도로는 답답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밤에 산에 오른다. 한밤중의 산에서 보는 나무들은 키가 더 커 보인다. 가로등이 없어서 나무들 사이로 별들이 더욱 밝게 보인다. 사람 기척이나 동물의 기척도 없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날이면 내 숨소리와 발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아무 불빛도 없고 주위가 컴컴하여 눈이 쉽게 감긴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터벅터벅 걷다 보면 내가 꿈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한밤중의 산은 모든게 검정 아니면 회색. 흑백의 세상이다. 요즘은 아직 눈이 쌓여있어서 내려오는 내내 눈을 밟으면서 눈이 사각거리며 녹는 소리와 함께 눈 사이사이로 거믓한 흙이 드러나 있어 내가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 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을 ..
200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