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앤크림
2009. 1. 29. 01:15ㆍ斷想
마음이 답답하여 동네를 거닌다.
동네를 거니는 정도로는 답답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밤에 산에 오른다.
한밤중의 산에서 보는 나무들은
키가 더 커 보인다.
가로등이 없어서 나무들 사이로
별들이 더욱 밝게 보인다.
사람 기척이나 동물의 기척도 없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날이면
내 숨소리와 발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아무 불빛도 없고 주위가 컴컴하여
눈이 쉽게 감긴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터벅터벅 걷다 보면
내가 꿈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한밤중의 산은
모든게 검정 아니면 회색.
흑백의 세상이다.
요즘은 아직 눈이 쌓여있어서
내려오는 내내 눈을 밟으면서
눈이 사각거리며 녹는 소리와 함께
눈 사이사이로 거믓한 흙이 드러나 있어
내가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 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에 가서도 오늘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책상에 앉은 동안 순간적으로 귀신을 본 듯했다. 아니 본 것이다.
내 생애 처음 보는 귀신인데, 엄마와 인상이 비슷해 실망했다.
밤에 산을 오르면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무섭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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