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2009. 4. 18. 23:52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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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LUX, Fujichrome Sensia 200
Nikon Coolscan VED









술을 마시고, 막차가 끊길 무렵이 되면
종종 집에 들어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택시는 승차거부를 하고,
약 두 블럭을 걸어가 택시잡는 사람들을 멀직이 따돌려야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만군데에서 네온사인을 번쩍이며
손님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텔에서 자고 싶을 때가 있다.


주인은 나같은 사람을 반기지는 않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바라본 창문 너머로
비슷한 건물의 벽면이 보이고,


대충 씻고 나와
수많은 방문의 복도를 지나가면서
문짝 하나하나마다 품고 있는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상상하며
힐끔 열린 문틈 너머로
들려오는 청소기 소리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혹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무명의 커플에게 씩 웃어줄 준비를 하며
그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엉덩이가 무거운 백팩을 조여
터벅터벅 갈길을 가는 거다.


번호판을 가린 차들을 남겨둔채.
뭔가 묘한 기분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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