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냄새
2009. 1. 24. 00:03ㆍPHotoS
"오래도록 강냄새를 맡지 못했다.
난간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면
일렁이는 강물처럼 한강 특유의 냄새가
일렁거리며 내 코로 들어와,
난 라면 면발을 빨아들이듯 냄새를 후루룩 빨아들였었다.
강에 뛰어들어도 강이 날 받아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멀쩡한 옷을 물에 적시기 싫었다.
옷이 물에 젖는게 싫다기 보다는
젖은 옷에 바람이 불어
바람이 내 몸을 까발리듯이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싫었다.
당췌 비밀이랄 거리가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Contax ARIA, Distagon 25mm F 2.8, Kodak PORTRA 160NC
Adobe Lightroom
동작대교,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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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려니
막 소설이 써지는 군요.
한강 다리에 서서 한강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실지도.
그동안 집에서 많이 심심했는지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보려 합니다.
한동안 아프다가 몸이 찌뿌둥해서 밤에 산에 올랐습니다.
동네 뒷산인데 밤에 올라가니 나무들은 다 실루엣으로 비치고
나무들 사이로 오리온자리가 총총히 빛나고 있더군요.
가슴이 무척 설렜습니다.
별이 빛난다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죠.
남녀간의 사랑만큼이나요.
신비로운 일이죠.
밤에 산길은 뿌옇고 흐릿하지만 하얀색으로 보였습니다.
카메라의 눈으로는 분간도 못할 칠흙이었겠지만,
인간의 눈은 위대한지라 길과 길 아님이 분간이 되더라구요.
밤에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특히 별이 더 잘 보여서 좋았어요.
밤에 산에 오를 때는 산에 오르기 전에 입구에서
산에 대해서 가벼운 예를 갖추고 오르도록 합시다.
산도, 나무도, 짐승들도, 산신령님도 밤에는 자기 때문에
조용히 올라갔다 온다고 告하는게 바람직하죠.
오늘은 죄송하게도 산에 올라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왔습니다.
글을 쓰면서 갑자기 '행인2'님이 생각났어요.
안부 여쭙고 싶습니다. 혹 이 글을 보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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