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30 샤모니 몽블랑(Chamonix-Mont-Blanc)

2022. 8. 11. 21:22Diario de Viaje/France, Italy

패러글라이더,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오늘은 에귀두미디 산(Aiguille du Midi)의 반대편에 있는 해발 2525m의 브레방 산(Le Brevent)에 올라 에귀두미디 전망대와 몽블랑 산의 전망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일행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선발대가 먼저 브레방 산에 올라갔다가 왔고, 나는 후발대로 브레방 산에 올라갔다. 브레방 산에 올라가는 방법은 브레방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된다. 케이블카 역시 에귀두미디 전망대에 갔던 것처럼 한 번 갈아타고 가게 된다. 

브레방 케이블카 승강장

브레방 케이블카 승강장 또한 숙소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새삼 숙소의 완벽한 위치에 다시 감탄하였다. 첫 번째 케이블카(Plan Praz Cable Car)를 타고 내린 다음에 건물 내부로 두 번째 케이블카까지 이동할 수 있고, 그 곳에서 다시 케이블카(Brevent Cable Car)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니 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산길을 계속 올라가는 코스인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브레방 산에 오르니 맞은편에 에귀두미디 산과 몽블랑 산이 병풍처럼 서 있었다. 어제 보았던 몽블랑 봉우리는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첨탑처럼 솟아 있는 에귀두미디 전망대가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에귀두미디 전망대

알프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이번에는 렌즈를 가져오지 못해 패러글라이딩을 해볼 시도를 못했다. 예전에 한번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렌즈 없이 맨 눈으로 보니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패러글라이딩을 배워서 높은 산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자유롭게 뛰어내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제는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

주변에 트레킹 코스가 있어 살짝 내려가서 맛만 보고 다시 올라왔다. 이끼가 껴 있는 바윗돌 틈에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돌로미티에서 보았던 야생화와는 그 억척스러움의 정도가 다른 느낌이었다. 브레방 산 꼭대기에서 뚜르두몽블랑(Tour du Mont Blanc, TMB) 마지막 코스로 브레방 산을 올라온 여러 한국분들을 만났다. 여행하면서 거의 듣지 못했던 한국말이 떠들썩하게 들리니 갑자기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뚜르두몽블랑은 몽블랑 산 주위  둘레길처럼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라던데 무척 힘들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걸어보고 싶다.

바위틈에 핀 야생화의 모습

브레방 산에서 내려와 간단히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플레제레 케이블카(La Flegere)를 타기 위해 옆 마을로 갔다. 샤모니 시내에는 기차역이 두 군데 있는데, 숙소에서 더 가까운 샤모니 에귀두미디 기차역(Chamonix Aiguille du Midi)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는 숙소 체크인시 받은 교통패스로 탈 수 있었다(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샤모니도 돌로미티 지역처럼 트레킹 코스가 여러 마을에 걸쳐 있어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동하기 위한 버스나 기차는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교통패스로 탈 수 있는 것 같았다. 빨강색 앙증맞은 기차(레고 시리즈에서 나오는 빨강색 기차를 닮았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Les Praz de Chamonix 기차역에서 내렸다. 걸어서 플레제레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간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샤모니 주변 마을까지 가는 앙증맞은 기차, 몽땅베르 산악열차와는 다르다.

플레제레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그 곳에서부터 유명한 블랑 호수(Lac Blanc)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했는데 걸어 올라갈 시간은 없었다. 대신 그 옆에 체어리프트가 하나 있어 L'Index까지 올라가보았다. 한참을 올라갔는데 막상 올라가니 암벽등반을 연습하고 있는 산악인들 몇 명 외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플레제레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내려오는데 건너편에 어제 보았던 메흐 드 글라쓰 빙하가 보였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광경이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몽땅베르 산악열차의 선로도 보였다. 날씨가 흐려지고 있었고, 케이블카 마감 시간도 다가오고 있어 서둘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플레제레 산장

다시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돌아가 시내 구경을 하였다. 오늘이 샤모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아쉬운 마음에 기념품과 사진집을 구매하였다. 시내 정육점에 들어가 등심을 썰어달라고 해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해는 저물었고, 에귀두미디 산은 노을로 붉게 타올랐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한참을 테라스에 앉아 산을 바라보았다. 오묘한 밤하늘의 남색, 어두워져도 느껴지는 설산의 흰색을 최대한 눈에 담아두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멀리서 본 메흐 드 글라쓰 빙하와 몽땅베르 산악열차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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