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3 산레모에서 라 스페치아로(From Sanremo to La Spezia)

2022. 7. 28. 05:06Diario de Viaje/France, Italy

노을진 마나롤라(Manarola)

이탈리아 산레모(Sanremo)에서 친퀘 테레(Cinque Terre)의 관문 도시인 라 스페치아(La Spezia)로 이동하였다. 이동 경로에 콜럼버스의 고향 제노바(Genova), 아름다운 항구도시 포르토피노(Portofino)가 있었으나, 여러개의 캐리어를 차에 두고 관광할 경우 차량털이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과감히 생략하기로 하였다(유럽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경우 - 캠핑카도 털리는 마당에 - 다른 여행객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일행 중 한 명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라 스페치아에서 이틀동안 묵게 된 숙소는 'Cinque Terre Bridge'라는 곳. 라 스페치아 기차역에서 도보로 약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고, 숙소 자체가 매우 아름다운 중정이 있는 유서깊은 건물 - 과거에는 화려한 호텔이었다고 한다. 철창으로 이루어진 개방형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것을 타는 것은 매번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었다! - 안에 있다. 숙소 주인도 매우 친절해서 다시 라 스페치아에 오게 되면 꼭 다시 투숙하기로 마음먹었다. 강력 추천 숙소. 

중정이 있는 아름다운 숙소

숙소에 짐을 풀고 친퀘 테레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 마나롤라(Manarola)로 향했다. 친퀘 테레는 이탈리아어로 5개의 마을이라는 뜻이고, 5개의 마을들은 서로 기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친퀘 테레 내부로는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어서(설령 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주차장에 마을 꼭대기에 있어서 관광하기 불편하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라 스페치아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항구에서 페리를 탄다고 한다. 나는 기차를 탔고, 오랜만에 타보는 완행 열차 - 문득 대학생 시절 혼자서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 정동진에 갔던 기억이 났다 - 라 마음이 들떴다. 기차는 바다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달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롤라에 도착하였는데, 기차에서 보이는 차창 밖 풍경이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마나롤라 해안에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뒤돌아보니 마을 전체에 노을이 지고 있었고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알록달록하지만 나름 조화로운 색조로 외벽이 칠해진 마을 전체가 가장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바다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으면...

거리의 테라스는 여행객들로 가득차 있다. 그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노을지는 마을, 거리의 여행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이 바로 거리의 테라스이다. 거리를 걷는 것이 전혀 심심하지 않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들은 나를 구경하고.   

다시 라 스페치아 숙소로 돌아와 숙소 주인이 선물로 준 끼안띠 와인(Chianti Colli Senesi)을 마셨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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