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0 가라이에서 빌바오로 (From Garai to Bilbao, Spain)

2022. 12. 7. 07:47Diario de Viaje/Northern Spain

인상깊었던 붉은색 빌바오 조형물

확실히 깊은 산 속에서 자면 잠을 더 푹 자는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 뒷마당의 야외 테이블에 나가니 스페인 산골짜기의 신선한 공기가 콧속 깊이 저절로 들어왔다.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조식은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정갈하고 신선하며 맛있었다. 조식을 먹고 난 다음 짐을 싸서 다음 목적지인 빌바오(Bilbao)를 향해 출발하였다.

정갈했던 조식
숙소와 내 자동차

가라이(Garai)에서 빌바오까지는 차로 채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빌바오는 특이하게 생긴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산이 높고 고가도로가 많은 그런 곳이었다. 부킹닷컴을 통해 미리 예약해둔 숙소(Volantin Apartment)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너편 쪽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숙소 주인이 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 주인의 안내에 따라 차를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현대식으로 디자인 된 쾌적한 곳이었는데, 특히 어마어마하게 큰 TV가 설치되어 있어서, 밤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상영하는 '반지의 제왕 - 힘의 반지'를 고화질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산악열차 하부 정거장 모습
산악열차

다음날 구겐하임 미술관 관람을 예약해두었기에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숙소 주인이 추천해준 핀쵸바(Txakoli Ballano)를 가기 위해 산악열차(Funicular de Artxanda) 정거장으로 갔다. 정거장은 숙소 바로 근처에 있었다. 생각보다 산악열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몬주익 언덕을 올라갈 때에도 비슷한 산악열차가 운행되는데 그 산악열차를 빌바오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꽤 높은 산을 올라가 정거장에서 내려 핀쵸바를 찾아갔으나 아쉽게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높은 산 위에 전망대 겸 공원(Parque de Funicular)이 있었는데, 많은 빌바오 사람들이 이 곳에서 석양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함께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아래로 빌바오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벽이 석양 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로 강이 꺾여 흐르고 있어서 특히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공원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구겐하임 미술관이 내려다보인다.
빌바오 시내의 모습

허기가 져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니 해가 졌고, 적당한 식당에서 핀쵸를 포장해 숙소에 가서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공휴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산악열차 정거장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결국 그 앞에 있는 허름한 바(Bigarren Taberna)에서 진열장에 남아 있는 몇 안되는 핀쵸들을 쓸어오다시피 해서 포장해왔다. 가게도 허름했고 그때까지도 팔리지 않은 다 식어빠진 핀쵸들을 포장해 온 것이어서, 맛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굶주린 배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겠거니 하면서 핀쵸들을 먹었다. 하지만 눈이 휘둥그래 질 정도로 매우매우 맛있었다. '아니 핀쵸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나.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이건. 역시 빌바오도 미식의 동네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TV의 대형 화면으로 고화질 판타지 드라마를 보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이었던 핀쵸바
환상적인 맛의 핀쵸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