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7 바르셀로나에서 산세바스티안으로(From Barcelona to San Sebastián, Spain)

2022. 11. 19. 21:15Diario de Viaje/Northern Spain

녹음이 우거진 산세바스티안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면서 스페인 국내는 정작 1, 2시간 거리의 근교 소도시들만 몇 번 가보았기에, 큰 마음 먹고 스페인 북부와 남부 여행을 계획하였다. 스페인 북부는 7, 8월에 가면 좋다고 얘기를 들었으나 일정이 밀리다 보니 9월 초순에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여행 내내 화창하지만 덥지 않은 날씨 덕분에 무척이나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첫번째 목적지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이었다. 전세계에서 단위면적당 미슐렝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 구글맵에서 '산세바스티안'이라고 적힌 곳을 찾으려하니 도통 나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산세바스티안이 바스크 지방어로 '도노스티아(Donostia)'이고, 구글맵에는 '도노스티아'라고 적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산세바스티안까지는 차로 약 5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당초 계획은 중간에 나바라(Navarra) 주의 투델라(Tudela)라는 도시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근처의 바르데나스 사막(Bardenas)을 구경하는 것이었으나, 너무 여행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 한 번에 산세바스티안까지 가기로 결정하였다.

길은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Catalunya) 지방, 사라고사(Zaragoza)가 있는 아라곤(Aragon) 주, 팜플로나(Pamplona)가 있는 나바라 주를 차례로 거쳐 바스크 지방의 산세바스티안까지 이어졌다. 카탈루냐 지방을 벗어나자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이 나왔고, 차로 달리고 달려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자동차로 미국 중부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만나게 된다던데,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예이다(Lleida)를 조금 지난 Ap2 고속도로 상에서 그리니치 자오선(Meridiano de Greenwich) 표지판을 만났다. 표지판 앞에는 그리니치 자오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경도 0도를 지나는 선을 스페인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스페인이 얼마나 서쪽에 위치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바라 주에 접어드니 사막 지대가 나타났다. 바람이 세서 그런가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숙소 앞 광장

바스크 지방으로 접어드니 녹음이 우거지고 울창한 산들이 펼쳐졌다. 고갯길 너머에서 저 멀리 대서양이 보이는 듯했다. 나무들도 바르셀로나에서 본 수종과는 달랐다.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가 눈에 띄었다. 훨씬 북쪽으로 와서 그런가 한국의 강원도에 온 느낌이었다. 산세바스티안에 도착하여 예약해둔 숙소(Apartamento PioXII Center) 앞에서 주인을 만났다. 더듬거리는 스페인어로 인사를 하고 주차 자리를 안내받았다. 숙소는 산세바스티안 구시가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나 Pio XII 광장 앞의 쾌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화장실이 2개 있고 침대가 6개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챙겨간 식재료로 간단히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저녁을 먹었다.

산세바스티안은 이쑤시개에 꽂힌 작은 안주를 뜻하는 핀쵸(Pincho)가 유명하다고 했다. 여러 핀쵸바(Pincho Bar)를 돌아다니면서 작은 음료 한 잔에(음료를 많이 마시면 다양한 핀쵸를 먹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핀쵸 한 두개를 먹는 식으로 핀쵸바 투어를 한다. 숙소 주인이 추천해준 핀쵸바를 구글맵에 저장하였다. 내일부터 펼쳐질 본격적인 산세바스티안 먹거리 여행을 기대하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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