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01 아이슬란드 보르가르네스에서 로가바튼으로(From Borgarnes to Laugarvatn, Iceland)

2022. 10. 12. 01:37Diario de Viaje/Iceland

말농장에서의 아침

어제 밤에 오로라를 보겠다고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다보니 잠을 설쳤다. 말농장에 있는 오두막에서 아침을 맞으니 말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체적으로 기온이 낮아서 농장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늘 그렇듯이 아침으로 식빵에 잼을 발라 먹고 난 다음 다시 짐을 싸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매일 매일 숙소를 옮겨가면서 여행을 다니다보니 짐을 풀었다가 싸는 것이 익숙해졌고 또 지겨워졌다.

씽벨리어 국립공원 가는 길
씽벨리어 국립공원 실프라 근처

오늘 일정은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고 일컫는 레이캬비크(Reykjavik)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방문하는 것이다. 보르가르네스(Borgarnes)에서 1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차를 몰아 어제 지나갔던 해저터널을 다시 반대로 지나갔다. 레이캬비크에 다다르기 전 모스펠스바에르(Mosfellsbaer)의 N1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보너스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본 다음 씽벨리어 국립공원(발음상으로는 '씽벨리르'인 것 같지만 구글맵에 나오는 대로 표기한다, Thingvellir)으로 향했다. 이 곳은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벌어지는 곳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실프라(Silfra)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던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물이 투명하다는 아이슬란드의 실프라 다이빙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었고, 아이슬란드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실프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으나, 함께 간 일행들이 모두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없는 상황, 약간의 게으름, 그리고 나중에 여름에 한 번 더 와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 탓에 결국 실프라 다이빙을 하지는 못하고, 결국 그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깜찍했던 표지판
실프라, 철제계단 아래가 입수지점이다.

씽벨리어 국립공원이 잘 보이는 언덕 위에서 국립공원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하였다. 씽벨리어 국립공원은 그 면적이 상당히 커서 주차장이 여러 곳이 있는데, 아이슬란드에 오기 전 실프라 다이빙 정보를 알아보면서 실프라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씽벨리어 국립공원 P5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면 된다고 하였다. 씽벨리어 국립공원 P5 주차장(Thingvellir Parking P5)에 주차를 하고(유료이다), 호수를 따라 살짝 걸어가니 스쿠버다이버의 도로 횡단에 유의하라는 깜찍한 표지판이 나오고 그 유명한 실프라에 다다르게 되었다. 큰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소소한 협곡이었고, 물이 차 있는 협곡 아래로 철제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 아래로 살짝 내려가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물에 손을 넣어봤다(수면에는 모기나 소금쟁이로 추정되는 벌레들이 많이 있었다). 차가웠다.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날 수트를 입고 물 속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출수 지점이 보였고 스노클링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물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그렇기는 한데 실프라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소박함'이었다.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두개의 판이 서로 벌어지고 있고, 유라시아 판은 인도 판을 만나 히말라야 산맥을 밀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HAETTA는 아마 'HOT'으로 이해했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DANGER'라고.
간헐천의 모습
분출하는 스트로쿠르 간헐천

씽벨리어 국립공원을 떠나 게이시르(Geysir)로 향했다. 그 곳에는 너무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간격으로 분출되는 스트로쿠르 간헐천(Strokkur)이 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뜨거운 간헐천이 흐르는 곳을 지나가니 사람들이 연못 주위로 둥그렇게 모여있었다. 연못에는 간헐천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푸쉬식 하는 소리와 함께 간헐천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다같이 탄성을 내질렀다. 간헐천이 뿜어져 나오는 간격은 일정하지 않았다. 분출을 기다리는 나름대로의 쫀쫀한 스릴이 있었다. 수도 레이캬비크 근처라 그런지 디럭스 유모차에 채 돌도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를 태워 온 사람들도 있었다.

장엄한 굴포스
폭포 위로 거대한 무지개가 피었다.
다른 각도에서 본 굴포스, 우측 펜스 안쪽이 보행로이지만 이 날은 폐쇄되었다.

간헐천을 구경한 다음 굴포스(Gullfoss)라는 폭포로 향했다. 굴포스에는 주차장이 두군데 있는데 아래쪽 주차장(구글맵 기준으로 Gullfoss Main Car Park라고 되어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폭포까지 더 가까이 걸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 곳에 주차를 했다. 폭포쪽으로 가보니 폭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보행로는 눈으로 폐쇄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살짝 멀리서 장엄한 폭포를 감상하였다. 폭포의 물보라로 인해 거대한 무지개가 피었다. 차를 다시 몰고 위쪽 주차장(Gullfoss Main Car Park)에 주차를 하고 다른 각도에서 폭포를 감상하였다. 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산책을 하였다. 멀리서 보니 폭포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숙소 앞 풍경, 호수와 멀리 흰 산이 보인다.
양고기와 신라면을 곁들인 저녁 만찬

저녁 노을이 지기 전 로가바튼(Laugarvatn) 근처의 숙소(Austurey Cottages)에 짐을 풀었다. 로가바튼은 온천(Laugarvatn Fontana)이 있어서 골든 서클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인데 정작 온천에 가보지는 못했다. 코티지(Cottage) 숙소로서 외딴 곳에 있어서 그런지 전망이 끝내주었다. 숙소에서 저 멀리 호수와 흰 눈이 쌓인 산맥이 보였다. 옆 숙소와 사이에 프라이버시 보장도 잘 되도록 오두막이 배치되어 있었고, 내부 청소상태도 무척 깨끗했다. 양고기와 감자로 저녁을 먹었다. 해가 저물고 오로라를 기다렸다. 수시로 밖에 나가 하늘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로라님 영접
보랏빛 초록빛 오로라

하늘에 심상치 않아 보이는 옅은 구름이 떠 있었다. 구름이 그냥 두둥실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번쩍번쩍, 샤르르 하면서 움직이는 듯 보였고, 사이사이로 초록빛도 보이는 듯 했다.  맨 눈보다 확실한 오로라 감별기,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구름은 초록빛이었다. 또다시 오로라님을 영접하게 된 것이다. 내일 저녁에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지라,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아이슬란드를 떠나기 전 또 한번 오로라를 보게 된 것이다. 탁 트인 평원 위로 오로라가 춤추고 있고 그 너머에는 밤에도 눈 덮인 산맥이 희뿌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깊은 잠을 자고 있어 조용히 탄성을 질렀다.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사방에서 춤추던 오로라 위로 구름이 덮였다. 숙소로 돌아와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고 잠이 들었다. 사진을 그리 잘 찍지는 못한 것 같다. 늘 오로라 사진은 아쉽다. 수중 촬영 사진과 같다. 8박 9일간의 여행에서 총 3번 오로라를 보았으니 무척 성공적인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이었던 것 같다. 뿌듯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오로라와 일몰이 함께 담긴 것일까.
잔잔한 느낌도 있었던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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