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러움
문득 오랜만의 긴 통화를 하다가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내가 나 이도록 버텨주는게 무엇이 있을까. 지하철 2호선이 2호선다운 것은 순환선 열차가 들어올 때이다. 막차 무렵에 과감하게 반대쪽 방향의 플랫폼에서 서서 유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지하철 속의 시간을 조금 더 맛볼 수 있다는 점. 뫼뷔우스의 띠 같은 점이 지하철 2호선을 2호선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끔씩 신도림행 열차나, 서울대입구행 열차가 들어오면 더 큰 실망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 스러움... 사람들이 날 내 옆의 다른사람과 구별짓는 기준이 궁금해졌다. 이거 역시 통화를 하면서 느낀 건데. 난 아직도 말하는데 서툰 것 같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200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