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렸을 때는 시골에 가는게 마냥 좋았다. 길은 비포장이었고, 물이라도 고여있으면 차가 들썩들썩 첨벙첨벙 거렸다. 도시처럼 화려한 광고판도 없고, 저녁 8시나 9시만 되면 모두 자리에 눕기 때문에 길이라도 조금 막혀서 늦게 가면 동네는 어두컴컴했다. 뒷좌석에 타서 차 앞을 바라보면 노란색 자동차 라이트등 사이로 검은 공간에는 정말 뭐라도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이따금 흰 비닐봉지라도 비치면 아빠는 자기가 어렸을 때 장에 걸어다니면서 귀신도 만났고, 호랑이 울음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항상 동네 언저리 즈음에 할아버지께서 마중을 나오셨고 난 할아버지한테 좋아라 매달렸다. 할아버지한테서는 약간의 오래된 담배냄새와 차가운 잠바의 시원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고, 할아버지는 쭈글쭈글해진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으셨다..
200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