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보는 내내 나의 사고수준과 딱 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기 위해 착한 일을 한다."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구절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어른어른했다.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상을 그려놓고, 그 상에 맞추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어느 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우리가 집 내부의 장식을 꾸밀 때 가령 세계지도를 붙이거나 하면, 그것은 점차 약해져만 가는 세계여행에 대한 열망을 저 세계지도를 볼 때 마다 다시 키워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내가 지금은 이러한 모습이더라도, 내가 본래 지향하는, 내가 나이기를 원하는 상은 그러한 모습이 아니라고. 끝없이 벽면의 ..
2008.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