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
사진만을 모아두었던 외장하드가 날아가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이상 인식이 안 된다. 방 한 구석에 놓인 필름스캐너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제길. 필름카메라에 입문하기 전 수없이 많이 찍어두었던 수천장의 사진 파일들이 사라지게 될 지경이다. 차라리 영화를 모아둔 외장하드가 날아가버렸으면. 이러다 그것까지도 날아 가는 걸지도. 약 5년치 분량의 소중한 추억들이 오늘 한번의 쓰라림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 온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막막한 기분은 참 오랜만이다. 사람은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기계는 한번 안되 기 시작하면 답답하다. 반응이 없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집안 대청소를 딱 마치고 나니 다른 일이 터진다. 지나간 것을 기록한 것에 대한 나의 집착은 약간 광적이다. 여행..
2009.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