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들리는 소리들에 관하여

2011. 4. 16. 10:25PHotoS/22°35'S 167°27'E



 


CLICK & F11


장거리 비행기를 타면, 밖은 환한데 창문 가림막을 내리고
기체 내부 조명을 끄는 경우가 있다. 시차를 위한 배려다.

이럴 떄는 기체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고, 혼자만
멀뚱멀뚱이 깨어 있는 상황에 내팽겨쳐지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리들이 귀에 들어오게 된다.
어느 영화에서는 '분절음'이라고 지칭했던,
일상 속에서 항상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소리들이다.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는 비행기 내부로 산소를 공급하는
소리이다. 약 해발 8000m 상공에서 비행을 하면서도, 그곳까지
도달하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데도 고산증 증세에 시달리지
않게 되는 데, 쉭쉭거리며 산소가 기체 내부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옆 사람의 새근새근한 숨소리도 들리고,
어디선가 스튜어디스를 부르기 위해 화장실 표시 비스므레한
버튼을 눌러 딩동하고 불이 들어오며 나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인간 실존의 고독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몸'이라는 고기덩어리로 구성됨에 따라 발생하는
필연적인 고독이다.





Contax ARIA, Planar 50mm F 1.4, Fujichorme PROVIA 100F
Nikon Coolscan VED, A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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