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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1. 00:57하루살이





일기를 써볼까 합니다. 요즘 들어 글이 쓰고 싶어지는데, 소설을 써보려 하니 소재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기에다가 일기라도 끄적여놓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간중간에 소설도 가미될 것 같습니다. 그냥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사실적인.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의 정체성을 위해서 그 날 먹은 저녁 메뉴 한가지와  손에 잡고 있는 책의 제목, 일기를 쓰는 당시에 듣는 음악 이렇게 3개를 꼭 적어놓으려고 다짐합니다. 인터넷 공간의 신비로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나이나, 하는 일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려고 합니다. 날짜는 음력으로 기재하려고 합니다. 달의 변화와 사람의 감정변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체는 마음대로입니다. 어투도 마음대로구요. 어차피 마음대로인 제 블로그이니깐요. 좋아하는 구절의 인용은 출처를 명시하겠습니다. 출처를 명시해도 저작권법 위반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요즘 읽는 책에 관한 글로 첫번째 일기의 내용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박민규 소설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있습니다. 본래 사람 이름 기억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하거니와, 소설에도 무지하여 잘 모르는 작가였으나 그녀가 읽고 있다길래 호기심에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남성은 그, 모든 여성은 그녀라고 지칭해야겠군요.


책에 관해서 제가 그녀에게 했던 첫번째 물음이 생각납니다. '파반느가 뭐야? '
책을 사면서 교보문고 직원이 했던 말도 떠오르네요. " 저도 그 책을 읽을 겁니다. "


오랜만에 접하는 제 마음에 드는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 급의 비유를 보여줍니다. 이 책을 접하게 해준 그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 여자는 말이야. 다른 모든 창들을 녹여 그것을 하나의 창으로 만들고 싶어해. 단순하고 강렬한 하나의 창으로... 즉 <사랑>이란 창이지. 만약 그것이 다른 이름의 창임을 알게 되면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하는 게 여자야. 그리고 넌 여전히 그 순간에도 포크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손인 거지. 하지만, 하고 내가 말했다. 인간의 감정은 당연히 복잡한 거 아닌가요? 있는 그대로 전부를 전달하는게 옳다는 생각이 드는데... 옳거니 옳거니, 연기를 뱉으며 요한이 얘기했다. 그래서 넌 손잡이를 쥔 손이라는 거야. 포크는 원래 이런 거잖아, 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거지.」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 122.



저녁으로는 만두김치전골을, 현재는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의 'ZINGARO'를 듣고 있습니다. 국어 문법에 맞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하루 쯤은 만두김치전골을 들었다고 해도 관계 없습니다. 한 곡을 내킬 때 까지 무한반복으로 듣는 편입니다. 트랙이 한 열댓번 정도 반복된 것 같군요.



끊임없이 생각이 납니다. 이전 생각은 지워집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다양하고 강렬하면서 복잡미묘한 느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한 밤이 되면 감각들이 선연하게 살아나죠. 책상에 놓여있는 'GRAND KHAN' 보드카에 그려진 징기스칸이 저를 바라보고 있네요. 그 뒤로는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오늘은 꼭 저 강조된 문장을 써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요.


21일이니 달이 5분의 3쯤 기울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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