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9 산세바스티안에서 가라이로(From San Sebastián to Garai, Spain)

2022. 12. 2. 18:23Diario de Viaje/Northern Spain

쑤마이아의 이쑤룬 해변, 뾰족한 바위돌이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바르셀로나를 떠나오기 전 당초의 일정은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 o Donostia)에서 2박을 하고, 빌바오(Bilbao)로 이동하여 3박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행의 사정으로 여행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미리 예약해두었던 빌바오의 숙소를 취소했었다가, 다시 여행을 가게 되면서 빌바오의 같은 숙소를 알아보니 그 숙소는 그 사이에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숙소를 찾다보니 빌바오 일정이 하루 줄어서 2박이 되고, 산세바스티안과 빌바오 사이의 적당한 어디에선가 1박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쑤마이아 전경

눈과 입이 즐거웠던 산세바스티안을 뒤로 하고 빌바오 쪽으로 가는 길에 바르셀로나에서 알게 된 동생이 추천해주었던 쑤마이아(Zumaia)에 들렀다. 이 곳은 독특한 해변 지형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고, 즐겨 보았던 왕좌의 게임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 빌바오에서 약간 동쪽에 위치한 가스텔루가체(Gaztelugatxe)도 왕좌의 게임 드라마의 성 '드래곤스톤(Dragonstone)'의 배경이 된 곳이어서 가보고 싶었으나, 사전 예약이 필수였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  

산텔모 예배당에서 내려다 본 이쑤룬 해변
광활한 대서양, 가슴이 통쾌해진다.

자동차를 어디에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는데, 쑤마이아 항구(Puerto de Zumaia) 옆에 구글맵 상 'Parking Zumaia'라고 적힌 곳에 주차를 하고 쑤마이아를 구경하였다는 구글맵 리뷰가 많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Parking Zumaia'는 관리자가 따로 없는 노상 주차장이어서 차량털이가 걱정되었으나, 막상 주차장에 가보니 다른 렌트 차량도 눈에 띄고 왔다갔다 하는 관광객들도 보여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최대한 짐들은 트렁크 깊숙한 곳에 밖에서 안보이게 넣어두고, 귀중품을 챙겨서 쑤마이아 구경을 했다.

한 폭의 추상화 같았던 이쑤룬 해변
세로 판이 켜켜히 쌓인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차장에서 쑤마이아 시내까지는 슬슬 걸어서 갈 수 있을만큼 멀지 않았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강가를 산책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우선 산텔모 예배당(San Telmo Ermita)에 올라가서 전체적인 전경을 구경한 다음 이쑤룬 해변(Itzurun)으로 내려갔다. 용의 등뼈같은 뾰족뾰족하고 얇은 바위들이 해변에서 바다로 내달리고 있었다. 해변가의 바위산들은 얇은 판을 켜켜히 쌓아놓은 듯 무척 신기하게 생겼다. 주상절리 같은 것일까, 아니면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것일까. 정말 신기한 풍경이었다. 해변은 한산하였지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바다에는 거센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있었다.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대너리스가 배를 접안시킨 장면을 촬영한 곳은 밀물로 인해 물이 차 있어서 가보지 못했다. 이쑤룬 해변에서 한참 동안 머물러 여유를 즐겼다.

휴식
이쑤룬 해변 입구의 특이한 조각
사진 찍는 사람들
강을 건너는 작은 배의 모습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구글맵 리뷰에도 언급되어 있었던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비용은 성인 1명당 0.55유로였고, 카드 결제만 가능하였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니 무척 금방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차를 빼서 오늘 예약해둔 숙소인 'OAR Cottage'로 향했다. 산세바스티안에서 빌바오까지 가는 길에 빌바오 약간 못미쳐 듀랑고(Durango)라는 도시가 나오는데, 그 도시의 북쪽에 있는 가라이(Garai)에 있는 호텔이었다. 숙소는 깊은 산 속에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내리쬘 때 숙소에 도착하였는데 주변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숙소 자체도 무척 인상깊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스테이 결'이라는 이름의 숙소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이 OAR Cottage에서도 그 때 '스테이 결'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작은 인테리어 하나하나라도 공들여서 신경을 쓴 그런 아름다운 숙소였다. 혹시라도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면서 외딴 산골에서 잘 꾸며진 숙소에서 1박을 하고 싶다면 이 OAR Cottage를 강력히 추천하고자 한다. 다만 숙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연락을 해야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숙소 전경
아늑했던 객실
식당
숙소 뒷마당의 모습

스페인의 저녁식사 시작시간은 보통 8시이다. 점심을 거르다보니 배가 고팠고, 저녁 8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차를 몰고 듀랑고에 있는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 와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버거킹이 맥도날드보다 맛이 떨어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 스페인에서는 거의 버거킹이 맥도날드보다 맛있었던 것 같다. 늦은 밤 숙소 앞에서 하늘에 걸린 어마어마하게 큰 슈퍼문을 보았다. 숙소의 로비 겸 식당에서는 에서는 한 커플이 가스파쵸(Gaspacho)와 바게뜨빵, 그리고 치즈 플레이트를 와인 한 병과 곁들여 먹으면서 조용한 그들만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맛있게 드시라는 스페인어 한 마디 'Que aproveche'를 건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들처럼 여유롭고 우아하게 와인 한 병과 간단한 안주로 배를 채울걸 그랬나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숙소 방 안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패티 두 장짜리 두툼한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물었을 때 밀려온 그 풍족감으로 인해 아쉬운 마음은 금방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스페인 깊은 산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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